"상속세 무서워 부친 회사 폐업 후 인수…거래 줄어 고통"

입력 2021-07-22 18:24   수정 2021-07-30 17:06


“회사를 정리해 자식에게 현금이나 부동산을 물려준다는 뉴스가 가끔 나오는데, 직접 승계 절차를 시작하고 나니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뼈저리게 와닿습니다.”(정태훈 영사이언스 상무)

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한 강의실. 중소기업 2세 경영인들이 기업승계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좌담회는 ‘성토의 장’ 그 자체였다. 2세들은 실제로 맞닥뜨린 승계의 벽이 생각보다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. 생명과학 제품 개발업체인 영사이언스의 정태훈 상무는 최근 사전 증여 제도를 이용해 기업승계를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. 그는 “부모 지분 70% 가운데 10%만 받았는데도 세금이 수억원 나와 빚을 냈다”며 “나머지는 결국 상속으로 가야 할 텐데 최대주주 할증 상속세율 60%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”고 고개를 저었다.

정 상무의 말을 듣던 다른 2세 경영인 네 명의 사정도 비슷했다. 이들은 저마다 기업승계가 진행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‘한국의 상속 절차가 유난히 어려운 것 같다’고 지적했다.

건강기능식품 유통업체 서울리프의 류종혁 대표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부친이 폐업한 경우다. 상속세보다 폐업한 회사의 자산 등을 인수하는 비용이 적다는 계산에서다. 류 대표는 “승계 비용을 내느니 차라리 연구개발(R&D) 등 보다 생산적인 데 투입해야 고용도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”고 털어놨다. 그러나 “폐업을 결정했지만 새 법인을 통해 인수하는 과정에서 20년 된 부친 사업체의 전통과 영속성이 사라지면서 거래처가 20% 줄었다”고 하소연했다.

기업승계 관련 제도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후 여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. 아스팔트·콘크리트 품질관리 시험기기 제조사인 흥진정밀의 정태련 대표는 “사전 증여를 했지만 남에게 권하지는 못하겠다”며 “5년 내 대표 취임, 7년간 고용 100% 유지 등 경직된 틀이 원활한 승계를 가로막는다”고 지적했다.

출산용품 제조사 장안하이텍의 김예지 해외영업팀장은 “기업승계를 위해 고심 끝에 정보기술(IT) 개발자 꿈을 포기했는데, 기업승계 절차를 겪으니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아 막막하다다”고 말했다.

김병근 기자 bk11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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